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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무엇이 달라질까? (1)

by 모오오어 2020.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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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코로나19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고 우리도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무엇이 바뀌었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언택트·新공동체·각국도생, 지구촌 일상을 흔들다

지구촌이 ‘일시 멈춤’에서 풀려나 다시 움직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를 낮춘 한국을 필두로 미국, 유럽 등이 봉쇄조치 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처음 보고된 이후 지난 4월 28일로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300만 명, 사망자는 21만 명을 넘어섰다. 그 4개월 동안 인류는 속수무책의 혼돈과 공포,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이기심과 편견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동 마비, 격리, 셧다운, 의료시스템 붕괴, 원격 업무, 경기 추락에다 의도치 않은 기후 환경 개선까지 미증유의 사건과 현상을 경험했다. 고난을 함께 극복하자는 격려와 연대의 힘도 보여줬다. 그 속에 정치, 경제, 산업, 교육, 보건, 환경 등 각 분야에 새로운 인식과 흐름이 형성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바꿔놓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다. 이 변화가 14세기 중세 유럽의 봉건제도를 무너뜨린 흑사병, 17세기 대항해 시대를 연 천연두, 1차 세계대전에 평화를 가져온 독감 유행처럼 문명사적 전환의 기점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인류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에 두려움을 갖기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모든 것이 재정의되는 경향을 19개의 키워드로 조망한다.


 

 

■ 더 커진 국가의 역할



1. 빅·스마트 정부… 생명·안전 위해 ‘스마트 국가’ 개입 용인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각 국가는 장벽을 다시 세웠고, 국제 연대는 약화됐다. 개별 정부가 보유한 거버넌스 역량에 따라 국민의 안전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당분간 ‘큰 정부’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비판이 없지 않으나, 시민이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과거보다 국가의 개입을 더 용인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중국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한 봉쇄 조치,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재난 대응과정에서 정부는 이미 강력한 주도권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권위주의 성향의 ‘스트롱맨’이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동시에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보호할 수 있느냐가 국가 역할의 중요한 덕목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경제·군사 등 하드 파워 중심으로 이뤄지던 국가 간 경쟁이 소프트파워 분야로 확대될 것이 예상된다. 경제력, 군사력만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 인간 안보…전쟁 아닌 인간 자체가 안보의 궁극적 목표

코로나19 사태가 개인의 일상을 파괴하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인간 안보’는 ‘전쟁 등 국가 간 군사적·물리적 대립으로부터의 보호’를 뜻하던 기존의 안보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인간 자체를 안보의 궁극적인 목표로 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간 안보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개념은 1990년대에 등장해 인간의 안전에 대한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1994년 발간한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인간 안보를 ‘기아, 질병, 억압과 같은 만성적 위협으로부터의 안전은 물론 일상생활의 붕괴로부터의 보호’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 식량 안보(food security), 건강 안보(health security), 환경 안보(environment security), 개인 안보(personal security), 공동체 안보(community security), 정치 안보(political security) 등 7가지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최근에는 진단검사와 백신·치료제 개발 등 의료분야의 기술력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인간 안보 능력으로 떠올랐다.


3. 머니 폴리시…각국 정부 ‘역대 최대의 돈풀기’ 반복 전망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으로 각국 정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유례없는 직접적인 돈 보따리 풀기에 한창이다. 정부가 국민의 기본 생계유지를 명목으로 현금, 수표, 상품권을 직접 지급하는 등 그 방식 역시 직접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용, 환경 등 각 분야를 둘러싸고 각 계층의 갈등이 분출되는 상황에서 ‘머니 폴리시(money policy)’가 일반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 ‘일상 생계 보장’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펼치는 적극적인 금융정책이다. 결국 ‘새로운’ 코로나19 사태가 생길 때마다 각국 정부 역대 최대의 돈 풀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전 국민을 상대로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미국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성인에게 1인당 1200달러(약 145만 원), 자녀 1인당 500달러(약 61만 원)를 수표나 온라인 송금 방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4. 네이션 퍼스트…자국 이익이 최우선…‘각국도생 시대’ 도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네이션 퍼스트(nation first)’, 즉 자국 우선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자도생’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내걸었던 ‘미국 우선주의’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주도해왔던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인 중국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깊은 내상을 입으면서 민생·경제 등 내치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이 ‘각자도생’ 노선을 걷게 되면 나머지 국가들 역시 같은 길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각국은 특정 강대국 주도의 질서에 따르거나 동맹을 우선순위로 놓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이익을 최우선해 ‘이합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경제적 독립은 강대국으로의 의존도를 더욱 낮추면서 자국 중심주의 목소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20세기 협력적인 세계질서의 중추 역할을 했던 국제기구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무능’ 평가를 받은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금을 끊겠다고 밝히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 사생활 침해…확진자 동선 공개 큰 역할… ‘빅브러더’ 논란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늦추고 2, 3차 대유행을 막으려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고 접촉자들이 자발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도록 한 것은 방역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세계로부터 받고 있다. 특히 방역 당국은 확진을 받기 2일 전까지의 동선을 상세하게 공개해 감염자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접촉했는지를 온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별진료소를 찾아오긴 했지만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노출과 정부의 개입을 둘러싸고 ‘프라이버시 침해’ ‘빅브러더의 등장’ 등과 같은 논란도 일고 있다.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유럽에서는 한국의 방역체계에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 ‘빅브러더’ 국가에서나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활용 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수집한 정보가 제대로 파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구촌 삶의 대전환

 

6. 지구의 재발견…전세계적 ‘일시 멈춤’으로 더 깨끗해진 지구촌

코로나19는 무차별적 개발과 환경·자원 착취를 통해 성장해온 인류에게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화석연료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이 낳은 기후변화에 이은 전염병 팬데믹은 일종의 자연의 ‘역습’이다. 난개발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무너지면서 동물에게 기생했던 균과 바이러스가 인간의 생명, 더 나아가 인류 공동체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인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본래 야생동물은 인간과 떨어져 생활하는데,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간과 밀접하게 생활하게 되면서 이번 참사가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번 위기는 77억 명의 보금자리인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 세계가 전염병 차단을 위해 ‘멈춤의 시간’을 보내면서 대표적인 탄소 배출국인 중국·인도의 대기는 깨끗해졌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는 하늘이 비칠 정도로 맑아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류는 지구에 자정 기능을 회복하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7. 反세계화…인적 이동 차단으로 이미 ‘지역화’ 시험 마쳐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 간의 긴장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률적이었던 세계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역화 추세가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국제연대와 교역확대의 중요성도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화의 핵심인 국경 개방이 중지되고, 인적 이동도 차단되면서 각국은 이미 지역화 시험을 했다. 세계화를 통해 모두가 상호 이익을 본다는 믿음이 깨졌다. 국가 간 협력의 대표적 모델로 꼽혀온 유럽연합(EU)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균열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럴 때일수록 국가 간 협력·연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계화가 퇴조하며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공존하는 딜레마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하면서도 “국경 폐쇄는 단기적 해법이나 장기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제사회가 저개발국·개발도상국에 의료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이들 국가에 코로나19가 확산해 선진국에 재유입될 가능성도 크다”면서 연대·협력이 유일한 극복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8. 新공동체…위기 속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의식 깨어나

시대 위기 속에서 시민의식은 성장하고 사회 신뢰도 쌓이게 된다. 서로를 돕는 한국인들의 ‘DNA’가 코로나19로 깨어나고 있다. 대구가 신천지교회발 대규모 감염으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 의사와 간호사들은 앞다퉈 대구로 향했다. 시민들도 각종 구호물품을 기부하며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우리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사회적 자본이나 신뢰가 낮은 것으로 학자들은 평가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로는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나서고 마스크 기부, 의료진 지원 등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위기 속에서 서로 돕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식이 많이 깨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민의식은 한국 사회가 외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뭉치는 신공동체로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든 상황에서도 비상식량, 생활용품이 담긴 ‘가족이음 함께 키트’를 이웃에게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9. 脫도시화…쾌적한 교외에서… ‘에코로지라이프’ 재촉

코로나19는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복원을 가져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장이 멈춰져 미세먼지·공해 없는 하늘을 보며 사람들은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전까지 사람들은 인간이 자연에 이렇게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미세먼지 없는 일상을 보내며 많은 사람이 인간의 환경에 대한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탈도시화’ 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오피스 문화 붕괴를 엿본 탓이다. 최 소장은 “이미 우리가 재택근무를 한 번 경험해봤다는 사실이 변화를 재촉할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이 극히 낮은 도시를 어떻게 건강하게 돌릴 수 있을지에 대한 국가적 담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심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아침에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고 저녁에 느긋하게 석양을 바라보는 에코로지 라이프가 대세일 것이다.


 

 

 


■ 글로벌 파워의 재편



10. 선진국과 선도국…전통적 국가경쟁력 평가 기준 재정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선도국 개념이 새롭게 대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선진국(advanced country)이란 경제 수준과 산업의 발달 정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양적 지표에 따라 전 세계 국가를 순서대로 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대형 재난에 직면한 것을 계기로 위기 대응력과 사회 안전망 확보 등과 관련한 국가의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선진국이라는 기존 틀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국가의 능력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선도국(leading country)이라는 새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는 감염병 등의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 재난 극복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 등이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고 국가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 이탈리아, 미국 등은 세계 경제력 순위에서 한국에 앞서지만, 재난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를 통제하는 측면에서 선진국 이상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 脫 G2…패권국 리더십 큰 상처… 당분간 다극체제로

코로나19 사태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중국에도 상당한 상처를 남길 전망이다. 확진자·사망자 수 모두 1위의 불명예를 얻은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탓도 있지만, 미국의 전반적인 국력 쇠퇴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 역시 이번에 소프트파워(연성권력)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중국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와 폐쇄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로, 미국 대안 세력으로서 중국 권위주의 모델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떨어졌다.

사실상 탈(脫) G2 시대가 도래하면서 당분간 다극 체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강대국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자유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 시대(wall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2. 서구 우위의 균열…부실 의료시스템 민낯에 선진국 신화 깨져

3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나라는 8개국으로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의 순이고 7번째가 터키, 8번째가 러시아다. 사망자는 미국이 5만5000명대로 압도적이고,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이 2만 명대로 뒤를 잇는다. 세계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동경해온 북유럽의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은 물론 북미의 캐나다도 인구 대비로 앞의 나라들에 뒤지지 않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초유의 사태인 만큼 혼란은 불가피했지만, 각국의 대처 방식은 그 나라의 공공의료시스템 및 거버넌스의 수준, 경제적 안정도까지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부실한 공공의료시스템과 바이러스에 전혀 힘을 못 쓴 영리 의료, 재난 규모의 은폐와 축소 의혹 등등 끝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제3세계 국가들이 닮고자 했던 이른바 ‘구미 선진국’이란 신화에 균열을 냈다. 자신들이 아시아가 아니라 서구로 믿고 싶어 했던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면 한국의 성공적인 대응은 선진국 콤플렉스를 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3. 리쇼어링 vs GVC…‘기업 유턴·국제공급망 재편’ 선택 기로에

지난 2월 현대자동차의 국내 공장이 멈춰 섰던 것은 코로나19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부품 공급 차질이 발생한 탓이었다. 중국 기업에서 수입해오는 부품도 아니고, 국내 협력사의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어서 벌어진 사태였다.

국제 공급망 재편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화두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리쇼어링(Reshoring), 혹은 ‘기업 유턴’이 주목받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 결과, 중국에 거점을 둔 다국적기업 가운데 리쇼어링을 검토하는 곳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총괄은 “글로벌 밸류체인(GVC·생산에서 판매까지 이어지는 국제분업구조)에서 한 군데만 문제가 생겨도 피해가 커지는 현상을 겪은 만큼, 시스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리쇼어링이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기업을 유턴시키는 게 해결책은 아니란 반론도 있다. 인건비와 운송비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가치사슬에서 국가별 특성에 맞는 국제 분업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언택트 문화 일상화



14. 홈 루덴스…집에서 안전하게 놀고 즐기는 문화 확산

코로나19 사태는 국민에게 ‘사람들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홈 루덴스(Home Ludens)’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홈 루덴스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에서 파생된 말로, 멀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집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나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영화감상과 운동, 요리 등 취미를 즐기려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가정에서도 외식 못지않은 식사와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가 홈 루덴스 문화에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 같은 문화의 확산은 음식·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새로운 수요를 예측하고 선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인 황규선 박사(경제학)는 “코로나19는 결국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집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홈 루덴스의 확산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포함한 산업 변화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고 했다.


15. 원격교육…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러닝’ 활발해질 듯

근대교육이 이뤄지면서 3월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학생들은 매년 같은 시기에 새 선생님과 새 친구를 만나고, 새 교실에서 새 교과서로 공부했다. 변할 것 같지 않았던 풍경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의 고정 인식에 변화를 안겨주었다. 2020년 3월 2일 한국의 초중고생 540만 명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감염 확산 우려로 4월 9일에야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온라인 개학에 들어갔다. 교육계에선 ‘원격교육’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다.

온·오프라인 교육이 혼합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나 온라인 선행학습 이후 오프라인에서 토론을 벌이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원격수업 효과는 미지수이고, 평등성 우려도 있다. 대면학습을 하는 강남 학원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원격수업의 첫걸음을 뗐다면, 새 교육을 어떻게 구현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도 학생 성장·진로를 돕는 ‘가이던스’의 역할과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카운슬러’의 기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16. 비대면 산업…‘5G 네트워크’ 기반 4차 산업혁명 가속

코로나19는 사람들이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통신망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량이 늘어나자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기본 화질을 낮춰야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 후 불안정한 서버 등이 논란이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5세대(G)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를 활용한 비대면 산업이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사람이 밀집한 지역을 피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비대면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가 발달할수록 기업의 생사(生死)도 빠르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기업이 내수 시장만으로 버티는 것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1∼2개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 스마트 오피스…재택근무 등 기업문화 혁신 급물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회사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형 사무실에 함께 모여 일하던 기존의 오피스 문화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도입 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오피스 공간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BMW코리아는 최근 모바일 오피스 제도를 도입했다. 대표이사부터 인턴사원까지 전 임직원의 고정석을 없앴고 출퇴근 근무기록도 온라인에서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삼성전자와 시스코 등과 손잡고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업무가 가능한 ‘모바일 기반 5세대(G) 스마트 오피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재택근무가 전 기업으로 확산하면서 홈오피스 구축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는 양상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택근무 혹은 온라인 가상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 나온 것이 20년이 넘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그 개념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문제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지나도 기존 대규모 오피스 형태 문화는 빠르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8. 콘서트 앳 홈…‘랜선’ 공연관람 … 新문화 소비방식 가능성

코로나19가 강제한 ‘언택트’ 상황은 문화계에 새로운 문화적 전기가 되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영국 로열 앨버트홀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무관중 공연 등을 온라인으로 관람하면서 온라인 관람, 문화적 체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적 팬덤을 기반으로 한 K-팝 쪽에선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서트 형식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방탄소년단과 SM엔터테인먼트의 스타군단 슈퍼엠의 온라인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이다. 방탄소년단의 무료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은 조회 수가 5000만 건을 넘었고, 슈퍼엠은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선보여, 120분 1회 공연(7만5000여 명 접속)으로 약 25억 원의 수익을 냈다.

온라인 공연은 기존의 무대와 관객의 거리를 없애고, 실시간 쌍방향 소통과 아티스트의 빈번한 ‘클로즈업’ 연출 등으로 문화콘텐츠 생산 방식과 소비자들의 문화 소비 방식에 일대 대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19. 전문가의 귀환…‘집단지성’보다 전문지식·조언에 의존

‘집단지성’이란 용어가 말해주듯 인터넷의 폭발은 누구나 ‘나름 전문가’로 만들었다. ‘전문가의 몰락’이다. 모든 의견이 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평등의식의 일반화도 부채질했다.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된 톰 니콜스의 ‘전문지식의 죽음(The Death of Expertise)’은 사람들이 ‘나도 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더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는 시대의 경향을 짚어낸 책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과학적 합리성까지 위협을 받게 됐다는 점. 코로나19가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상황에 이르자 사람들은 의료 전문가의 손에 매달렸고 그들의 입에 촉각을 세웠다. 의료뿐 아니라 통계 등 여타 과학 분야 전문가도 부각됐다. 그들의 희생과 함께 전문적 지식과 대응이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결정적이었음을 지켜본 사람들은 전문가들을 이전과 달리 보게 됐다.

코로나19 의료진을 응원하는 한국의 릴레이 캠페인 ‘덕분에 챌린지’는 ‘전문가의 귀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전문가의 귀환은 ‘의료 민영화’ 등 공공성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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