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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존중 공동체, 살롱문화

by 모오오어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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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존중 공동체, 살롱문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위주로 모이는 ‘살롱 커뮤니티 문화’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떠올랐다.

살롱이란 18세기 프랑스 상류 사회에서 귀족과 문인들이 가지던 정기적 사교모임 문화다.당시 살롱문화를 즐기던 사람들은 문학이나 도덕에 관한 자유로운 토론이나 작품 낭독을 즐겼다.

새로운 문화와 교류하는 공간을 만들던 유럽의 살롱문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지금의 살롱문화는철저하게 개인화된 형태의 사회성을 전제로 하는 현대판 커뮤니티다.

 

 

살롱문화는 기존의 동호회나 소모임 문화와 다르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개인들이 모이는 프리미엄 살롱이다. 나이나 직위를 막론한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하며 전문가가 파트장으로 나선다. 단발성으로 모이는 경우도 많으며 자신과 맞지 않으면 빠르게 이별한다. 이런 시대 흐름을 기반으로 만든 살롱문화에서 사람들은 비교적 각자 부담이 덜하고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커뮤니티로 모이게 된 것이다.

현대판 살롱문화는 개인에게 의무나 역할을 강요하지 않으며 같은 커뮤니티 안에서 누구도 오랫동안 그 관계를 유지하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자신의 취향 이야기를 하고 순수하게 소통하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함께 성장한다.

 

 

살롱이 북적인다! 청년들이 살롱 문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의 사교 모임을 ‘살롱’이라고 하죠. 살롱은 응접실을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안주인은 응접실을 개방하고, 손님들에게 식사나 차를 대접했습니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그곳에서 서로 지식을 나눴죠.   당시 살롱 손님들은 고상한 취미와 예의,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인정받았습니다.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눴기 때문에, 살롱은 재능의 집이라는 뜻의 '뷔로 데스프리(bureau d’ésprit)’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살롱은 자연스럽게 취미를 공유하고 유행하는 사상과 문학, 예술에 관해 토론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런 살롱 문화가 최근에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취미나 취향, 지식 등으로 썩 괜찮은 ‘콘텐츠’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살롱의 손님입니다. 살롱 손님은 자신의 색깔이 명확하거나, 또는 자신의 색깔을 찾고자 하는 젊은 층이 대부분인데요. 이들이 찾는 살롱 문화는 무엇이고, 살롱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식과 대화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살롱, 끌리면 모인다!

 

 

최근 번지고 있는 살롱 문화는 모임의 형태가 크게 공간 중심과 콘텐츠 중심으로 나뉩니다. 공간 중심 살롱은 16~17세기 유럽의 살롱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누구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을 살롱 회원들에게 늘 개방한다는 점이죠. 살롱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음악, 미술, 여행, 사상, 문학 등 여러 주제로 모임을 열 수 있는 방이 있고, 어느 정도 기술적 지원도 뒷받침됩니다. 음악 모임을 열 땐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진 방에서, 요리 모임을 열 땐 조리 시설이 갖춰진 방에서 모임을 할 수 있습니다. 회원제로 운영되어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나 전용 세미나실 등이 갖춰진 곳도 있죠. 회원이 외부인을 초청할 수 있고,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살롱도 있습니다. 

 

물론 공간 중심의 살롱이라고 하더라도 콘텐츠는 빼놓을 수 없는 모임의 핵심입니다. 공유할 지식과 정보, 주제만 있다면 회원은 곧 살롱의 주인이 됩니다. 누구든 주제를 가지고 모임을 개설할 수 있죠. 회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관심사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말도 잘 통하고 정보 공유의 보람도 남다릅니다. 살롱의 운영진이 모임을 개설하는 곳도 있습니다. 모임의 주제에 알맞은 명사를 모임의 리더로 세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도 지식을 얻어 갈 수 있습니다.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로 모임이 이뤄지는 살롱은 크리에이터 클럽, 문토, 안전가옥, 취향관, 문래당 등이 있습니다.

성수동. 서서히 굴뚝들이 자취를 감춰가는 서울에서도 아직도 굳건히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기름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 ‘안전가옥’이 탄생했다. 독특하고 색다른 여느 카페와 달리 주변 자동차 공업사나 공장의 풍경과 흡사한 모습인 안전가옥은 말 그대로, 안전하게 이야기들을 읽고 쓰는 공간이다.

 

 

공간 중심의 살롱과 다르게 콘텐츠 중심의 살롱은 정해진 공간이 없습니다. 주로 모임을 주최하는 회원의 집에서 모임이 진행됩니다. 주제와 모임 시간을 공지하면 관심을 두는 회원들이 일정 회비를 내고 참여를 신청합니다. 모임을 주최하는 회원은 회비로 음식과 다과를 준비하고, 모임에 필요한 소품 등을 삽니다. 주제는 매우 다양한데요. 모임을 개설한 회원들이 정하기 나름입니다.

특정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요리 모임, 독서 모임, 육아의 고충을 나누는 모임 등이 주를 이루지만, 누구나 어떤 주제로든 모임을 기획할 수 있으므로 더 획기적이고 참신한 모임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모임마다 진행되는 공간이 다르므로 모임 전까지는 그 모임의 색깔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콘텐츠 중심으로 모임이 형성되는 살롱으로는 '남의 집 프로젝트'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지만 공통 관심사로 금세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점은 요즘 세대가 느끼는 살롱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살롱 문화가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해 전부터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이를 ‘워라벨(Work-life balance)’이라고 하죠. 워라벨에 대한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개인 생활을 꾸리는 방법도 매우 구체적입니다. 주목할 점은 남들에게 휩쓸리기보다 개성에 따라 자신의 시간을 채운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개인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더 큰 만족을 느낍니다. SNS로 끊임없이 자신의 취향을 피력하고 피드백에 목말라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바로 관계 형성에 대한 욕구죠. 퇴근 후에는 철저하게 개인의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합니다. 하지만 일과 관련된 관계는 피곤합니다. 그렇다고 사생활을 나눌 정도로 깊은 관계는 부담스럽습니다. 대화가 끊어지지 않게 이야깃거리를 계속 던져야 하는 불편한 모임이라면 아예 모르는 척하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살롱 문화는 이런 심리와 부합합니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보와 이야깃거리를 나누는 것이죠. 대화의 깊이는 깊지만, 관계의 거리는 적당합니다. 대화 속에는 배움과 나눔이 있습니다. 학원이나 문화센터 수업이 일방적인 강의와 집중 학습이라면, 살롱 모임은 나누면서 배우는 구조입니다. 본인이 직접 모임을 주최할 수도 있어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마음만 열면 지식만 얻는 게 아니라 사람도 얻습니다.

요즘, 몇몇 명사들이 함께 여행하면서 맛집에 도란도란 앉아 여행, 책, 문화, 사상 등을 주제로 대화하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 개인 방송에서도 비슷한 형식의 영상이나 음성 서비스를 많이 접할 수 있죠. 이러한 방송을 자주 접하는 젊은 층은 소수가 모인 커뮤니티에서 관심사로 서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살롱 문화가 이들에게 거부감 없이 스며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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